# 촬영일시: 2015년 1월 31일(토) # 촬영장소: 가톨릭 농은수련원 (주소: 경북 예천군 지보면 암천리 57)
죽음에게.1
7, 8세쯤 되었을까?
나는 초가집에 살았다. 집 앞으로는 도로포장이 되지 않았고 비가 오면 도로가 패여 웅덩이에 빗물이 고여 밤길을 가다 그 웅덩이에 신발을 적시곤 했던 기억이 있다.
조부께서 작고하셨다.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작고하셨으니 수 십년의 세월이 흘렀나 보다.
죽음의 슬픔이 뭔지 모르는 그 때. 난 내 조부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.
조부님의 죽음이 슬퍼서 운 것이 아니라 나는 그때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있었고, 어머님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운 것이다. 그때 나는 인간의 죽음이 가져다 주는 슬픔을 모르고 있었다.
조부가 작고하시고 포장되지 않은 그 도로 위에 행여를 맨 동네 어른들이 곡을 하며 시내 한 복판을 통과하는 모습들이 나를 슬프게 한 것이 아니라 작고하신 어머님이 상주복을 입은채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눈물 흘리는 슬픈 모습에 내가 슬퍼한 것 같다.
그로부터 수 십년. 상여복을 입고 슬퍼했던 그 어머님도
조부가 가신 그 길을 가신지 어느듯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.
그 세월이 흐른 뒤, 해가 갈수록 이웃과 친구 등 타인의 죽음 앞에 서는 기회가 많아진다.
작고하신 어머님의 슬픈 모습을 보고 죽음의 슬픔을 알았던 내가 언제부터 인가 죽음 그 자체를 보고 슬퍼하게 되었다.
신부님들의 죽음의 묘소 앞에 서 봤다. 느낌이 일반 사회인들의 죽음에서 느끼는 감정과는 사뭇 다르다.
평생 독신으로 수도자의 길로만 사셔서 그런 것일까?
일반사람들과 똑 같이 죽는다는 것은 같은데 왜 일반사람들의 죽음에서 느끼는 감정과 다를까?
비석에 새겨진 생존 연도를 본다. 생존 연도가 길지 않은 신부님도 있다. " 하실 일들이 더 있었을텐데....." 속으로 중얼거려도 역시 땅 속에 뭍히신 분들은 대답은 없다.
괜히 울고싶다. 주기도문과 성모송을 바친다. 이곳에 계신 신부님들도 생전에 타인의 묘지 앞에서 무슨 생각들 하셨을까?
마음이 무겁다. 돌아서서 나오는데 뒤에서 음성이 들려오는듯 하다.
' 세월은 짧으니 그렇게 알게 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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